
수도권에 사는 20·30대 청년 642만 명 중 절반 가까이가 지금 이 순간 주거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정부가 청년 주거 대책을 꺼낼 때마다 기대를 걸게 되지만, 그 기대는 매번 모집 공고 한 줄로 끝나곤 합니다.
전월세 폭탄 앞에서 직접 느낀 주거 불안
이때 필요한 개념이 전세보증금반환보증(HUG 보증)입니다. 임차인이 계약 만료 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변제해주는 제도인데, 정작 보증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보증 상태로 계약 기간을 버티는 청년들도 적지 않습니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느라 적금은 엄두도 못 내고, '내 집 마련'은 대화 소재에도 잘 오르지 않는 것이 2020년대 중반 수도권 청년들의 평범한 현실입니다.
요약: 수도권 청년들은 전월세 보증금 급등과 제도 접근성 한계로 주거비 압박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공실 활용 청년주택, 아이디어는 좋은데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구상 중 저도 관심 있게 본 것이 공실(空室) 상가·사무실을 리모델링해 청년에게 공급하는 방안입니다. 도심 역세권에 비어 있는 상가가 공공임대주택으로 탈바꿈한다면, 직주 근접(職住近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여기서 직주 근접이란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이 가까운 상태를 말하는데, 통근 시간과 비용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요소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도심 내 공실 상가를 용도변경·리모델링해 역세권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27일부터 9월 9일까지 신청을 받아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출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다만 '발표'와 '실제 입주 가능' 사이의 간극이 큽니다. 착공이 내년 상반기라면 실제 입주 시점은 그보다 훨씬 뒤로 밀리고, 지금 당장 월세 부담을 안고 있는 청년에게 '내년 착공'은 체감하기 어려운 소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물량입니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공급 물량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공급 시기도, 규모도 안갯속인 상황에서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신청 접수: 2026년 7월 27일 ~ 9월 9일
- 착공 목표: 2027년 상반기
- 구체적 공급 물량: 미정
- 수도권 집중 공급 여부: 미확정
주거사다리가 끊긴 자리에 남은 것들
정책 현장을 보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건, 임대주택이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또다시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고, 전셋값이 오르면 더 멀리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산 형성은커녕 마이너스 통장만 불어났습니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개념이 바로 주거사다리(housing ladder) 복원입니다. 주거사다리란 청년이 임대주택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자가 소유로 이동할 수 있는 단계적 주거 상향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사다리가 작동하려면 단순히 임대주택 물량만 늘리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존 주택 거주자가 새 주택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에 중산층이 들어가며, 다시 중산층이 살던 주택으로 청년과 신혼부부가 이동하는 순환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순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몸으로 안 사람만 압니다. 주변에서 이 순환에 올라탄 선배들을 보면 분명히 흐름이 달랐으니까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인구 1,308만 명 가운데 49.1%인 642만 명이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합니다(출처: 국가데이터처 인구주택총조사). 청년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공급 물량도 그에 비례해서 수도권에 쏟아져야 실질적인 효과가 납니다. 수도권을 빗겨간 공급 대책은 숫자를 채우기 위한 것에 불과합니다.
민간 공급과 거래 순환 없이는 답 없다
정부 주도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만으로는 수요를 따라잡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공공 물량은 항상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넘겼고, 저처럼 소득 기준이 애매하게 걸리는 청년들은 신청 자격조차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민간 사업자도 분양과 임대 수요가 있어야 비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며 "비아파트 취득에 따른 주택 수 산정과 세 부담을 완화하지 않으면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비아파트란 아파트를 제외한 빌라(연립·다세대),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청년 1인 가구가 실제로 가장 많이 거주하는 주택 유형이기도 합니다.
비아파트 취득 시 주택 수 산정 문제가 핵심입니다. 현행 세제에서는 비아파트를 추가로 취득하면 다주택자로 분류되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여기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란 일정 기준 이상의 주택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다주택자일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이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민간 임대사업자가 비아파트를 공급할 유인이 사라집니다.
결국 공공이 직접 짓는 물량 확대와 함께, 민간이 자발적으로 비아파트를 공급하고 임대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주택들이 시장에서 원활히 거래되어야 비로소 주거 순환이 돌아갑니다. 어느 한 축만으로는 절대 부족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번 공실 활용 청년주택, 실제로 언제 입주할 수 있나요?
A. 2026년 7월 27일부터 9월 9일까지 신청을 받고, 내년 상반기 착공이 목표입니다. 착공 이후 공사 기간까지 감안하면 실제 입주는 빨라도 2028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청년 주거 지원 자격이 되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청년 공공임대주택은 주로 만 19~39세 이하, 소득 기준(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00~120% 이하), 무주택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기준은 공고마다 다르기 때문에 LH청약센터에서 개별 공고문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비아파트 세제 완화가 되면 청년 전월세 가격이 내려가나요?
A. 단기적으로 즉각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민간 임대사업자가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면 중장기적으로 임대 물량이 늘어나 가격 상승 압력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세제 완화는 빠를수록 좋다고 봅니다.
Q. 주거사다리 복원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말하는 건가요?
A. 청년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뒤, 디딤돌 대출이나 청년전용 구입자금 대출 같은 금융 지원을 받아 자가로 전환할 수 있는 일련의 경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임대에서 자가로 이어지는 단계적 이동 구조가 갖춰져야 진짜 주거 안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정부의 공실 활용 청년주택 구상은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도심 공실을 방치하는 것보다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편이 낫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검토 중'이나 '상반기 착공 목표' 같은 문장이 아니라, 올해 안에 입주할 수 있는 주소입니다.
비아파트 세제 완화로 민간 공급의 물꼬를 터주고, 주택 거래 순환이 회복되어야 청년들이 임대에서 자가로 넘어가는 주거사다리가 실제로 작동합니다. 그 사다리가 갖춰지기 전까지, 지금 당장 수도권에서 월세를 내며 버티는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물량 공급이 먼저입니다. 정부가 이번에는 숫자와 날짜를 구체적으로 들고 나오길 기다립니다.